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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생활

뉴질랜드 이민자의 생활과 현실 : 뉴질랜드 영주권에 도전한 계기

  혈혈단신으로 뉴질랜드 이민에 도전하며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수십번, 아니 수백번 시도해봤다. 퇴근 후 혼자 술집에 앉아 벽에 머리를 찧어가며 '아 나는 왜 이렇게밖에 살 수 없나'라고 후회하던 밤이 있었고 Covid-19으로 가게가 문을 열지 않는 요즘은 집에서 맥주와 함께 고뇌한다. 이민 1세대의 삶은 고달프다.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1990년대에 자녀를 데리고 이민 온 부모님 세대가 그랬고, 2000년대에 새로운 삶을 찾아온 젊은 계층이 또 그랬고, 2010년 이후 입국한 내 또래의 사람들이 모두 그랬다. -몇십억을 챙겨올 재력가 이민자는 만나보지 못해 그들의 삶은 모른다-. 

 

사람들을 버티게 하는것은 아마 희망이었을 것이다. 한국에서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

내가 떠나올 때 쯤의 한국은 주 60시간 이상 일을 하는게 당연한 분위기였다. 회사 사규상 근무시간은 8시부터 6시인데도 상사가 집에 가지 않아서, 일이 많아서, 회식이 저녁 8시 시작이라서, 회사 분위기가 안좋아서 등등 정시에 퇴근하는것을 <칼퇴>라고 부르며 부정적으로 보았다. 그러면 이렇게 영혼을 바쳐 일한 회사에서 오래 머물수는 있는가? 진급에서 누락되면 겨우 마흔에도 퇴직을 생각해야하고 결혼해서 아이라도 낳았다가는 내 책상이 사라지는 마법을 볼 수 있는곳이 직장이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고싶지 않았기에 악착같이 버텼다. 

출처: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

한국에서 회사를 다녀봤다면 2019년 기준 평균 주당 40.7시간만 근무한다는 상기 통계의 신뢰도가 0에 육박함을 알 수 있을것이다. 한국은 인재가 많아 회사가 고용할 수 있는 사람이 많고, 대체될 수 없는 직원이 된다는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몇 년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회사에서 상사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듣거나 폭언을 감수하며 회사를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부모님은 이런 나를 한국사회 적응에 실패한 <루져>로 보았다. 오랜기간 직장생활을 해온 엄마는 나를 이해하기를 포기했고, 직장생활을 접고 1차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아빠는 밥버러지가 될 바에는 시골로 내려와 농경후계자가 되기를 추천했다. 나는 두 분을 모두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외국으로 도피하는 길을 택했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도망쳐 온 뉴질랜드에도 천국은 없었지만, 까치발 들고 손 뻗으면 닿을곳에 내가 원하는 직장이 있었다.


이후에 다시 정보를 담아 글을 작성 할 예정이지만, 뉴질랜드는 주당 30시간 이상이면 모두 풀타임(Full time)으로 본다. 근무시간은 주로 9시부터 오후 5시이며, 8시간 이상 근무시에 노동법으로 유급휴가 30분, 무급휴가 30분을 보장한다. 점심시간이 따로 있는 경우도 있고 10시반쯤 15분 쉬는 시간을 갖고, 점심시간 30분을 자유롭게 쓰고, 오후에 15분 쉬는 시간을 갖는 형태가 가장 흔하다. 점심은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거나 가까운 곳에서 가볍게 해결한다. 30시간 미만으로 일을 하면 파트타임(Part time)근무가 되는데, 풀타임과 파트타임 모두 정규직이며 계약서를 당연히 작성하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뉴질랜드는 고용 계약서를 작성 한 이후에는 직원을 해고하는것이 쉽지 않고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한다. 직원을 해고하는 과정에 정해진 절차가 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고용중재소(한국으로 치면 고용노동부)에 중재를 요구할 수 있으며, 해결되지 않으면 고용법원으로 갈 수 있다. 직원의 경제상황에 따라 나라에서 변호사비용을 지원하기도 하므로 큰 돈을 지출할 부담없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패소한 경우에도 경제적 능력이 안되면 변호사 비용을 탕감하거나 혹은 아주 긴 시간에 걸쳐서 주당 10불, 20불씩 갚아 나가도 된다.

 

고용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뉴질랜드 고용노동청

뉴질랜드는 이민을 위한 기준시급이 매년 변경된다. 내가 학교를 졸업할때쯤 25불이었는데, 25.5불이되고 이제 27불을 받아야만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 기준시급은 뉴질랜드 중위소득에 해당하며 매년 통계청의 조사결과에 따라 상승하거나 혹은 동결된다. 그렇다면 과연 시급 27불을 받기가 어려운가? 직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2-3년정도 일을 하면 시급 27불을 받기는 어렵지 않다고 본다. 요리사가 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요리사는 시급이 23불-25불 사이에 집중되어 있어서 아주 뛰어난 경우나 경력이 많은 경우가 아니고서는 앞으로 전망이 밝지 않아보인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경로는 비지니스(경영), 유아교육, IT, 엔지니어링, 간호학, 헬스케어 정도가 있다. 요즘 가장 핫한 헬스케어 전공은 장애인 시설에서 일을 하거나 양로원, 호스피스 병동 등에서 일을 하는 서포트워커가 되는 과정이다. 이민인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올해 7월 1일부로 헬스케어 과정을 수료한 직원은 모두 최저 27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을 사회복지사가 되는 과정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는데, 사회복지사는 소셜워커라고 불리며 학교를 졸업하고 등록을 해야하는 등록직군이다.-

 

내가 선택한 과정은 비지니스였다. 유아동을 돌보는 일은 천성에 안맞았고, 주방에서 요리를 하기에는 조심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내가 과연 졸업하고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시간당 25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일까를 고민했으나 졸업전에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었으니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해 내리라 믿는다.

 

이 카테고리의 글은 시리즈로 게재할것이다.

유학원과 이주공사가 보여주지 않는 뉴질랜드의 어두운 면 또한 담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