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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가계부

10만불 모으기 프로젝트 : 현재 나의 재무상태 분석, 계획 세우기

2021년 6월, 회사를 퇴직하고 정기적인 소득원이 사라졌다. 먹고싶은게 있으면 먹었지만 사고싶은 물건을 마음대로 산 적은 없는데 이유모르게 통장이 텅텅 비어있었고 약 3개월동안 소득이 없는 상황에 처하다 보니 절로 회의감이 들었다.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은 시작한지 3년 가까이 되었는데

 

왜 나는 여전히 가난한가?

 

돈을 버는데 돈이 없다. 학생때 주당 20시간을 일하면서 살 때보다 풀타임 직장인이 더 가난한 말도 안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접근성이 좋은 유투브를 시작으로 여러 블로그를 돌아 본 결과, 나는 돈을 물처럼 쓰고 있었다. 버스가 다니는 시간인데도 피곤하니까 우버를 타고, 퇴근 후에 기분을 내려고 그닥 끌리지도 않는 맥주를 마시고, 밥 하기 귀찮으니 주 5-6회 외식을 하고. 돈이 모였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나는 돈에 무지했고 가난을 향해 KTX를 타고 질주하고 있었다.


퇴직 전 2개월의 체크카드 지출내역(2021.04.01~2021.06.01)

퇴직 전 2개월간 체크카드로 사용한 금액은 총 $9910,86이며 여기에는 신용카드 대금으로 지불한 $3681.60불과 렌트비와 공과금, 플랫메이트와 지출하는 공동식비 등의 $3600(주당 $400)이 포함되어 있다. 렌트비와 공과금이 이렇게 비싸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뉴질랜드는 소득대비 집값이 말도 안되게 높은 나라로, 약 50년 된 주택 한 채가 8억에 가깝고 오클랜드 시내의 아파트는 약 27평에 10억을 호가하는 나라다.

퇴직 전 2개월의 신용카드 지출내역(2021.04.01~2021.06.01)

거기다 신용카드 지출까지 포함하면 금액은 더 커진다. 신용카드 지출에는 헬스장 비용, 생명보험료, 넷플릭스 결제금액과 교통카드 충전 등이 정기지출로 나가고 그 외의 금액은 거의... 리쿼샵, 펍, 외식등으로 소비했다. 

 

총 2개월간의 지출은 $9160.62인데, 당시 월급이 세후 $3842이었으므로 나는 월급보다 많은 금액을 소비하고 있었고 이런 생활패턴으로 인해 2개월간 $1476.72를 초과지출했다. 이 금액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6월에 퇴직을 했으므로 그때부터 정기적인 소득은 없으며 저축은 바닥을 드러냈고, 대신 사용한 신용카드도 최대 한도에 가까워졌다. 돈에 무지했고 1차적 욕구에 충실한 채로 살아왔기에 이 상황에 처한것이므로 누군가를 원망하고 어쩌고 할 이유가 없다. 나는 내 방종으로 이 상황에 처했으며, 더 이상 물러날곳이 없기때문에 반드시 돈을 아껴야하고 오로지 노동과 절약만이 빚을 상환하고 종잣돈 10만불을 모으는 것을 가능하게 하리라 믿는다.


나는 여러 전문가들이 추천한대로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목표 기간
단기목표 채무 전액 상환하기 2022.04.01 까지(6개월)

단기목표는 채무를 모두 상환하는것으로 잡았다. 채무는 가족에게 빌린 돈과 카드빚을 포함하며, 6개월 내에 전액 상환할 계획이다. 2021년 9월말 현재의 채무금액은 다음과 같다.

  금액
신용카드 대금 $6600
가족대여금 $4500
$11,000

6개월간 $11,000을 상환하려면 주당 $423.07을 26주에 걸쳐 갚아나가야 한다. 가족에게 빌린 돈에는 이자가 붙지 않지만, 신용카드는 연 12.9%의 이자가 발생하므로 신용카드 대금을 첫 16주에 먼저 갚고 가족에게 상환하는것으로 계획했으나 만일을 대비해 신용카드를 주당 $323.07, 가족에게 주 $100을 상환하다가 20주 이후에 가족에게 전액 상환하는것으로 변경했다. 


  목표 기간
중기목표 5만불 모으기 2024.04.01 까지 (24개월)

중기 목표는 5만불을 모으는것으로 잡았다. 24개월간 5만불을 모으기 위해서는 주당 480불을 저축해야한다. 내년 1월 이후 더 싼 집을 찾아 이사 할 계획이므로 렌트비에서 아낀 돈을 그대로 저축하고, 연봉을 약간 인상하면 충분히 저축 가능한 금액이다. 나는 이미 뉴질랜드에서 두번째로 높은 세율로 세금을 지불하고 있으므로, 단기목표에서 지출한 금액보다 주당 $57을 더 받기 위해서는 주당 90불, 연간 4680불을 더 벌어야한다. 주당 90불은 최저임금으로 약 4.5시간 더 일하면 벌 수 있는 금액이라 크게 부담되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물론 뼈를 깎는 심정으로 돈을 아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 단계까지는 주식을 하거나, 비트코인을 하는 등의 투자를 일절 하지 않을 예정이며 만 불이 모이면 은행에 텀 디포짓(Term deposit, 정기예금)으로 보관할것이다. 텀 디포짓은 연간 이율이 2%가 되지 않지만, 종잣돈 10만불을 모으기 위한 여정이므로 자칫하면 종자를 먹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나를 내몰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주식시장과 비트코인 시장을 보다보면 20%, 30% 이율이 우스울 수 있지만, 5만불에 연 1%의 이자가 붙으면 500불이다. 일주일간 일하지 않고도 저축을 할 수 있는 돈이 나오는 것.


 

  목표 기간
장기목표 10만불 모으기 2026.04.01 까지(48개월)

장기목표는 이 블로그의 목적대로 10만불 모으기이다. 전에 모은 5만불에 추가로 5만불을 더해 10만불을 모으는 것. 현재 직장에서 2년 근무 후에 공기업으로 이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공적으로 이직하게 되면 향후 3년간 연봉은 오히려 낮아지게 된다. 뉴질랜드 공기업은 연봉이 서해 바닷물처럼 짜지만 워라밸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주말에 따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는데 2024년이면 30대 초중반이 되는데 나를 써 줄 주말 알바자리가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이직하지 않고 버티면 오히려 연봉과 인센티브를 보장받겠지만, 이 경우에도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는 그만두어야 한다. 밤낮없이 울리는 전화를 받아야 하기 때문. 그러나 연봉에 추가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으므로 최소 월 1500불의 추가 수입이 예상된다.


채무상황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것 만으로도 마음을 다잡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앞으로는 수입구조 분석과 고정지출내역을 정리하고, 매주 지출내역을 분석해 올리려고 한다. 

 

나는 할 수 있다.